[향]

솜털은 내가 첫 발을 딛는 순간,
머금고 온 새로움에 머무르는 듯 보이지만
이내 나와 닮은 더 깊은 향을 따라간다.

누구보다 가까웠던 사람과도 어느 날은
남보다 더 멀어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때 그 사람이 '나도 똑같이 생각했던 적이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더욱 무너졌을거다.

수화기 너머 닿지 못했지만
분명 남아있는 부재중 전화처럼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아도,
어찌할 수 없는 힘에 의해 다른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고 있다 하더라도,
분명 같은 감정과 기분을 느꼈을 것이라 짐작하고 바랐다.

누구보다 믿었었던 사람과의 어느 날은
날 위한 말 한마디조차 소화하지 못해 숨을 잇지 못하게 했다.
집이라 칭할 수 없는 비좁은 쉘터로 돌아가는 길을 지웠다.
몸은 끊임없이 흩어져 손에 잡히지 않고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온통 젖어가는 밤을 훔치기에 바빴다.

수화기를 들 수 없는 몸조차 남아있지 않아
비둘기에 짧은 편지를 담아 보냈다.

"나 곧 그곳으로 갈게요.“

내 영혼은 도망치듯 어지러운 서울을 빠져나갔다.
그날, 끝내 내 몸을 되찾지 못했다.
대신 피비린내 나는 심장을 빌려 몸을 조금 이어 붙일 수가 있었다.
나는 내가 탐한 것들을 손에 쥔 채로
내가 탐한 것들과 조금 거리를 두어 보려 한다.

네가 잠에 들기 전, 나를 따라올 수 있게.

[CREDIT]

프로듀싱/작사/작곡 김초롱

편곡 김초롱 최형욱

노래 김초롱

미디 김초롱

기타 최형욱

베이스 이선해

믹싱/마스터링 강성훈 at Sound musings

아트워크 최이안

PUBLISHED BY BISCUIT 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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