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겨울과 초봄 사이, 땅이 녹자 마자 심을 수 있는 작물은 완두입니다. 따뜻한 바람을 느끼며, 녹은 땅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꾹꾹 내어 완두콩을 세알씩 심었습니다. 싹이 올라오고, 자주색 꽃이 펴고, 콩알이 차오르는 모습을 매일 아침 바라보았어요. 아침마다 완두콩밭에서 마시는 커피가 참 맛있었지요. 그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완두에게 매일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달까요?

초록초록하게 열린 완두를 바라보며, 대나무 채반을 만들 준비를 했습니다. 다른 일도 병행하고 있어서, 대나무 작업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았어요. 매일 아침, 조금씩 일찍 일어나 카메라를 서툴게 세팅하고, 그 앞에서 대나무를 천천히 쪼갰습니다.

고요한 아침에 제가 작업하는 곳에서는 새소리, 닭소리, 바람소리가 섞여 들려옵니다. 그리고 대나무가 쪼개어지는 소리, 깎이는 소리, 엮이는 소리가 더해집니다. 작업을 하다보면 마음이 손과 소리의 만남에 몰입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소리를 듣는 게 좋아서, 대나무를 만지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영상의 음량을 키워서, 소리와 손의 만남에 귀 기울여보세요.

아쉽게도 미숙한 촬영자가 아직 카메라 세팅에 서툴러서, 영상에 초점 소리가 과하게 들어갔습니다. 지난 번 영상보다 화면구성은 다양해졌지만, 아직은 많이 미숙하네요. ^^;

대나무가 채반이 되기까지 대략 6~8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즐거운 노동의 시간을 거쳐, 나와 누군가가 오래오래 사용하고 싶은 채반을 만드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내일은 또 대나무를 쪼개서, 어떤 바구니를 만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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