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생각이 쉬게 될까요?
생각을 멍 때리는 상태로 두거나, 아예 무념무상으로 포맷해 버리는 건 생각의 근원 코드를 알 수 없어 무의미하게 됩니다.
생각이 깨어 있으면서도 작동하지 않아야 존재의 코드에 다가설 수 있으니까요. 정리하면, 생각이 설정된 값에 영향을 받지 않고 깨어 있는 상태가 ‘생각의 휴식’이고 이것이 ‘있는 그대로의 상태’입니다.
영어로 표현하면 ‘이츠비(I's be)’가 됩니다. 이렇게 생각을 쉬게 하는 법방이 바로 중도입니다. 생각이 어느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으니 글자 그대로 중도가 맞습니다.
오늘날 대승불교는 힌두교의 수행과 철학으로 상당 부분이 채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심한 경우 「대승불교에는 세존이 없다/大乘非佛說」는 말까지 나오는 형편입니다.
이에 대승불교는 힌두교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불교만의 색깔을 보여줄 필요가 생깁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中道입니다. 그렇다면 中道란 무엇일까요? 싯다르타가 中道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것이 사실일까요?
中道의 초창기 해석은 매우 평면적입니다. 가령 가야금을 탈 때 줄을 너무 팽팽하거나 느슨하게 당기지 않아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나는 것처럼, 수행 역시 적정한 상태에서 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속의 즐거움도 문제지만 탈속의 괴로움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中道가 평이해서는 두드러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초기불교에선 연기(緣起)를 中道로 보았습니다. 삼라만상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존재하기에 어떤 독자적인 실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론입니다. 존재론적 본체가 없기에 치우침이 생기지 않고, 이런 무주(無住)의 경지가 바로 中道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삼라만상이 유기체적으로 연결되어 영향을 수수(收受)한다는 연기론은 마치 ‘에너지 보존 법칙’처럼 기본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높은 차원의 존재론적 철학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행에 응용할 수 있는 효용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난해한 문제에 대해 ‘인연’이나‘인과’,‘과보(果報)’ 같은 몇 단어로 얼버무리는 용도 외엔 쓸모가 없으니까요.
이런 이유 때문인지 세존의 사후 5백여 년이 지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中道를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정립된 中道는 대승불교의 기치를 세우는 데에 큰 공헌을 합니다. 그렇다면 대승불교가 사활을 걸고 이룩한 中道는 어떤 것일까요?
그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中道는 변증법의 정반합(正反合)과 매우 유사합니다. 양극단에 머무르지 않음으로써 양극단이 상호 융화(融和)한다는 논리입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쌍차쌍조(雙遮雙照)입니다.
모순된 양극단에 머무름이 없으면서 양극단을 한꺼번에 비추고 있는 통합과 조화의 경지인데, 이렇게 되면 生과 死가 멈추고, 극락과 지옥이 멈추고, 붓다와 중생이 멈춥니다.
일체의 분별이 사라지면서 實相을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쌍차쌍조(雙遮雙照)에는 무소주(無所住), 무소유(無所有), 일체무애(一切無碍), 열반, 해탈… 등의 개념이 녹아 있습니다.
이쯤 되니 쌍차쌍조(雙遮雙照)야 말로 불교를 대표하는 中道라고 할 만 합니다. 그럼 불교의 中道를 쌍차쌍조로 이해하면 충분할까요?
미안한 얘기지만 쌍차쌍조(雙遮雙照)는 변증법의 정반합(正反合)에 해탈을 가미한 발상으로, 일반적인 철학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쉽게 말해 누구나 가늠할 수 있는 흔하디흔한 명제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쌍차쌍조(雙遮雙照)보다 더 높은 경지를 표현할 문구가 따로 있을까요?
이 시점에 우리들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지금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머리를 갸우뚱하며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계속해서 최고 등급의 이론을 만들려고 하는 걸까요? 깨달음을 정의하고, 깨달음의 과정을 정립하고, 깨달음을 실천하는 데에 생각이 집중되는 이유가 뭘까요?
이 모든 사고의 행위가 혹시 뭔가에 홀려 정신 줄을 놓고 있는 건 아닐까요? 어떤 보이지 않는 차원이 만든 프로그램에 따라 우리의 생각이 춤을 추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싯다르타는 어떤 특정한 방법에 의해 깨달음을 얻은 것이 아닙니다. 싯다르타가 만일 그랬다면 그의 깨달음은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어떤 틀을 갖춘 法으로는 차원의 벽을 허물어 깨달음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싯다르타가 우유죽 한 그릇을 비우고 보리수 아래 좌정했을 때, 사실상 그의 구도행은 완전히 실패한 상태였습니다.
더 이상 깨달음에 대한 욕망도 없고, 그렇다고 환속해 왕위를 이을 생각도 없습니다. 싯다르타는 오로지 쉬고 싶은 생각 뿐이었습니다.
여기서 ‘생각이 쉰다’는 것은 ‘생각이 일어나는 근원적 구조에 대한 자각’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휴식의 개념과는 다릅니다.
지뢰밭이 있으면 가지 않는 것이 상책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접속하지 않으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차원이 설정한 특정 값에 생각이 휘둘리지 않으려면 그 생각을 쉬면 됩니다.
생각이 쉬면 차원이 사라지면서 모든 차원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차원이란 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은 것이 됩니다.
이때 제1원인에 대한 철학적 논증도 풀려 전지적(全知的) 자각(自覺)이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붓다의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이 성립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생각이 쉬게 될까요?
생각을 멍 때리는 상태로 두거나, 아예 무념무상으로 포맷해 버리는 건 생각의 근원 코드를 알 수 없어 무의미하게 됩니다.
생각이 깨어 있으면서도 작동하지 않아야 존재의 코드에 다가설 수 있으니까요. 정리하면, 생각이 설정된 값에 영향을 받지 않고 깨어 있는 상태가 ‘생각의 휴식’이고 이것이 ‘있는 그대로의 상태’입니다.
영어로 표현하면 ‘이츠비(I's be)’가 됩니다. 이렇게 생각을 쉬게 하는 법방이 바로 中道입니다. 생각이 어느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으니 글자 그대로 中道가 맞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기존의 ‘참나’와 비슷한 경지가 아닌지 의문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혀 다른 상태입니다. 왜냐하면 힌두교의‘참나’는 제1원인에 대한 전지적(全知的) 자각(自覺)을 수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생각을 쉴 수 있을까요? 사실 생각이 쉬는 것보다 더 쉬운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1 + 1 = 2]보다 훨씬 쉬우니까요.
너무 쉽다 보니 간과하게 되고, 그래서 가장 어려운 것처럼 과대포장하게 된 것입니다.
어쨌든 싯다르타가 이 문제를 인류사상 최초로 풀었고, 그래서 한없이 위대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싯다르타는 어떤 과정을 통해 中道를 찾아냈고, 어떤 방법으로 제자들에게 전했을까요?
그리고 왜 제자들은 이토록 중요한 中道를 이해하지 못하고 유실하게 된 것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