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조합을 만들어 함께 땅을 사고 집을 짓는 '지역주택조합'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취지는 좋지만 변수도 많아 실제 입주까지 과정이 만만치 않은데요, 내 집 마련의 꿈을 갖고 거액을 투자했다가 떼일 위기에 놓인 계약자들을 문준영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2019년 제주시 아라동 2만 6천여㎡ 부지에 200여 가구의 아파트를 짓겠다며 추진된 아라지구 지역주택조합 사업 부지입니다.
4년이 흘렀지만, 공사 흔적은커녕 귤나무만 무성합니다.
유명 아파트 브랜드 '대림'이 짓는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간판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업 부지의 토지주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토지주는 민간아파트인 줄 알고 토지 사용을 동의했다가 4년 넘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토지주/음성변조 : "시작할 때 몰랐어요. 나중에 알았지. 주택조합이 말이 많았잖아요. 여기저기 사고 터져서. 그래서 주택조합이라 했으면 저희가 계약을 안 했죠."]
2020년까지 주기로 했던 잔금도 받지 못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토지주/음성변조 : "농사 못 지었고 나무도 농사짓지 말라 해서 안 지었는데 나무도 다 이제 거의 죽어 버렸고. 이거 피해가 정신적인 피해부터 해서 실제로 모든 계획이 다 틀어져 버렸잖아요."]
내 집 마련의 부푼 꿈을 안고 계약금까지 낸 예비 조합원들의 속은 더 타들어 갑니다.
아파트를 지어야 할 땅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계약할 땐 토지가 있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A 씨/(가칭)아라지구 지역주택조합 가입자/음성변조 : "토지계약이 100% 완료된 그 부분을 믿고 계약을 하게 됐죠. 진입로 쪽에 조그만 부분을 제외하고서는 토지가 100% 확보가 돼서 계약까지 다 돼 있다(라고 해서)."]
또 다른 조합원은 대기업이 짓는다는 말을 믿었다가 낭패를 봤다고 하소연합니다.
[B 씨/(가칭)아라지구 지역주택조합 가입자/음성변조 : "(모델하우스에) e편한세상 아파트들을 찍은 사진들이 거기 벽면에 커다랗게 걸려 있었어요. 대림이라는 큰 회사가 건설하고, 거의 뭐 90% 이상의 토지를 매입한 상황인데 뭐가 걱정되느냐(고 해서)."]
시공 예정사였던 대림 측은 이미 약정을 해지했습니다.
조합 측이 최종 결정되지 않은 시안과 브랜드명을 사용해 조합원을 모집한 것으로 보고 약정을 해지한 겁니다.
현재까지 파악된 가입자는 160여 명 1인당 3,000만 원에서 7,000만 원까지 모두 100억 원가량의 돈이 모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잔고가 바닥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A 씨/(가칭)아라지구 지역주택조합 가입자/음성변조 : "모자라서 대출을 받으신 분들도 있을 거고 뭐 힘들게 모아서 지불한 금액들인데…."]
[B 씨/(가칭)아라지구 지역주택조합 가입자/음성변조 : "미치는 거예요. 사람이. 잠자다가도 일어나서 너무 화가 나니까. 어디 가서 하소연하고 어디 가서 구제를 받아야 할지 이것도 너무 막막하고요."]
제주대 인근 2만 8천여㎡ 부지에 20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겠다며 추진된 또 다른 아라동 지주택 사업도 수년째 답보 상태입니다.
100여 명이 60억 원가량의 돈을 낸 것으로 추산되는데, 남은 돈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주시에서 진행 중인 9개 지주택 사업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단계인 조합 설립인가조차 받지 못한 곳은 두 곳이 유일합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그래픽:박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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