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ulio Caccini 카치니 : Ave Maria 아베마리아 (블라디미르 바빌로프가 발표한 노래)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는 실상은 카치니가 작곡한게 아니고, 러시아의 무명의 작곡자 바빌로프에 의하여 1970년 이후에 작곡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특별한 가사가 없이 아베마리아만 계속 반복되는 현대적 기법의 보칼리제 곡이다.
Giulio Caccini, 1551~1618
Vladimir Vavilov, 1925~1973
Ave Maria, gratia pleana,
Dominus tecum.
Benedicta tu in mulieribus,
Et benedictus fructus,
Ventris tui, Jesus.
Ave Maria!
Sancta Maria, Mater Dei,
Ora, ora pro nobis peccatoribus,
Nunc et in hora mortis,
In hora mortis nostrae.
Ave Maria!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주께서 함께 하시니
여인 중에 복되며,
태중의 아들
예수 또한 복되도다.
성모 마리아여,
성모 마리아여, 마리아여.
이제 와 우리 죽을 때에
우리 죄인을 위하여
기도해주소서.
아멘.
아베 마리아는 가톨릭의 가장 대표적인 성모 찬가로, 고금의 작곡가의 손에 의해 수많은 작품이 만들어졌다. 그 중 아베 마리아는 바흐/구노와 슈베르트 그리고 지금 흐르는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가 가장 유명하다.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는 원래 러시아 작곡가 ‘바빌로프’가 만든 곡이다.
러시아의 류트 연주자이자 기타 연주자, 바로크음악 연구가였던 블라디미르 바빌로프는 소련의 고음악 연구를 주도했다. 1960~1970년대 국영 악보 출판사 편집자로 활동했던 바빌로프는 1970년 국영 멜로디야 레이블로 ‘16~17세기 류트음악’이라는 음반을 내놨다. 고음악의 특성상 ‘작곡가 불명’으로 표기된 연주곡과 노래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중 한 곡이 ‘아베마리아(Ave Maria)’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다. 물론 작곡가는 따로 없었다.
흥미로운 일은 바빌로프가 세상을 떠난 뒤 발생한다. 그의 사후 2년 뒤인 1975년 소프라노 이리나 보가체바가 이 ‘아베마리아’를 음반으로 내놨다. 그런데 이 음반에 ‘아베마리아’는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 ‘카치니’가 작곡가로 표시돼 있었다. 바빌로프가 ‘무명’의 작품으로 발표했던 곡이 카치니의 것으로 정리된 순간이다.
이탈리아 작곡가 줄리오 카치니는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며 ‘오페라의 발명자’로 불리는 인물. 카치니가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였던 만큼 그의 성악 스타일은 기교를 한껏 부리는 높은 성부와 화려한 꾸밈이 강조된 스타일이었다. 300여년도 더 지난 시점에 바빌로프가 발표한 ‘아베마리아’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아베마리아’는 대단히 서정적이면서 가수의 섬세한 표현이 극대화되는 아름다운 울림이 특징인 곡이다. 과연 카치니의 것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이런 의문 속에서 1995년 발매된 소프라노 이네사 갈란테의 음반을 통해 이 곡은 세계적인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갈란테의 노래를 통해 이 곡은 자연스럽게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오해가 생긴 것은 바빌로프 음반에 참여했던 오르가니스트 마크 샤킨이 이 곡을 ‘카치니의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다. 하지만 이 곡은 원래 바빌로프 자신의 노래였다. 당시 음반을 내놓으려면 국영 레이블인 멜로디야를 이용해야 하는데, 바빌로프는 자신과 같은 무명 작곡가가 멜로디야에 음반을 내놔도 큰 인기를 얻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자신의 곡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중세나 르네상스 시대 무명 작곡가의 곡이라는 제법 ‘드라마틱한’ 아이디어를 짜냈다. 그런데 음반 작업 과정에서 그의 동료 중 한 명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록 중 일부에 작곡가를 ‘카치니’라고 표기한 바람에 바빌로프의 ‘아베마리아’가 카치니의 것으로 둔갑한 것이다.
자신의 음악이 세상에서 빛을 보게 하기 위해 스스로 이름을 버린 덕분에 그의 ‘아베마리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곡이 됐다.
[ 출처: 최영옥 음악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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